저작권 걱정 없는 무료 글꼴 48종 총정리
얼마 전 고무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구글과 어도비가 손잡고 한·중·일 3개국어를 지원하는 오픈소스 글꼴을 만들어 공개했죠. 구글은 ‘노토 산스 CJK’, 어도비는 ‘본고딕’이라고 부르는 이 글꼴 덕분에 쓸만한 글꼴을 찾느라 시간 버리는 일이 퍽 줄었습니다.
한글 무료 글꼴 37종의 사용조건을 갈무리한 기사를 쓴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본고딕’처럼 훌륭한 무료 글꼴도 여럿 나왔고, ‘농협희망체’처럼 글꼴 배포처가 더 이상 글꼴을 내주지 않는 경우도 생겼죠. 그래서 기사를 판올림하기로 했습니다. 내친김에 몇 종을 더 찾아봤습니다. 무료 글꼴 48종의 사용 조건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글꼴 사용 조건(라이선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누가 쓰느냐’와 ‘어디에 쓰느냐’ 입니다. 사용 주체는 개인, 교육기관, 비영리 단체, 기업으로 나뉩니다. 개인이나 교육기관이 무료 글꼴을 쓸 때는 대부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비영리단체나 기업은 따져볼 구석이 많습니다.
사용 용도는 영리·비영리로 갈립니다. 글꼴을 돈을 버는 데 쓰면 영리적 이용, 그렇지 않으면 비영리적 이용입니다. 많은 무료 글꼴이 비영리적 이용은 허용하지만 영리적 목적으로 활용할 때는 별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도록 요구합니다.
1. 됐고! 맘대로 쓸 수 있는 글꼴을 알려달라
이러쿵 저러쿵 따지기 싫고 저작권 시비 걱정 없이 맘껏 쓸 수 있는 글꼴을 알려달라고 하시면 14개 글꼴을 꼽겠습니다. 구글 ‘노토 산스 CJK’ 또는 어도비 ‘본고딕’과 네이버 나눔 글꼴 8종, 서울서체와 제주 전용서체 등 각종 지방자치단체 서체 10종,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내놓은 청소년서체, 한겨레 결체,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배달의민족 한나체·주아체 등입니다. 이 글꼴은 개인이나 단체 누구든 어떤 목적으로도 맘껏 사용해도 됩니다.
본고딕(노토 산스 CJK)은 구글과 어도비가 손잡고 만든 다국어 호환 오픈소스 글꼴입니다. 콘텐츠 제작자가 다국어 서비스를 만들 때 글꼴이 달라서 사용 환경이 틀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국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일본어, 영어 등을 한꺼번에 지원합니다. 오픈소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본고딕에 베트남어 등 다른 외국어를 추가할 수도 있고, 본고딕을 변형해 새로운 글꼴을 조형해도 됩니다.
음식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죠. 배달의민족 고유의 디자인을 만드는 핵심 요소가 바로 직접 만든 글꼴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회사 정체성을 보여줄 글꼴을 직접 만들고 이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이미 널리 쓰이는 ‘한나체’에 이어 지난 6월 ‘주아체’를 내놓았습니다. 두 글꼴 모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두 딸 이름을 고스란히 옮겨 붙였습니다.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서체와 네이버 나눔글꼴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서울서체를 쓰기 위해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서울시는 사용한 뒤 ‘서울 서체를 썼다’라고 밝혀주길 권한다고 합니다.
2. 비영리 목적으로 쓰는 건 괜찮나요?
개인이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쓰는 경우라면 거의 모든 글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비영리단체라면 따져볼 경우가 있습니다.
인터파크는 ‘인터파크고딕’을 비영리단체가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오로지 개인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전용 글꼴은 허락만 받으면 비영리단체도 쓸 수 있습니다.
아시아폰트는 글꼴 관리 프로그램 ‘폰트통’을 내놓았습니다. 폰트통을 설치하면 무료 글꼴 400여종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폰트통에서 배포되는 글꼴은 개인이나 학교가 비영리 용도로 사용할 때문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단체나 기업이 글꼴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글꼴 이용 권리를 구입해야 합니다.
3. 상업적으로 쓰려면 어찌합니까?
무료 글꼴을 상업적인 용도로 쓰려면 다양한 조건을 따져봐야 합니다. 일단 기업이 배포한 브랜드 글꼴은 BI·CI나 상품 패키지에 쓰기 어렵습니다. 글꼴 자체가 기업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공개한 ‘아리따 돋움’과 영문 글꼴 ‘아리따 산스’는 거의 모든 용도에 쓸 수 있지만 BI·CI에는 쓸 수 없습니다. 롯데마트가 배포한 ‘통큰서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건을 내걸고 영리적인 이용을 허가하는 글꼴도 많습니다. 다음은 다음체를 상업적으로 쓰려면 협의를 거친 뒤 글꼴 출처를 표시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영화 ‘베를린’에 쓰인 한국출판인회의 ‘KoPub체’는 상업적으로 쓸 때 ‘어디에 썼습니다’라고 자발적으로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대한인쇄문화협회가 정부 지원을 받아 만든 무료 글꼴 ‘바른체’는 상업적으로 쓰기 전에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협회 e메일로 글꼴 사용자와 사용 목적, 담당자 연락처 등을 적어 보내면 됩니다.
상업적인 용도 중에서도 응용프로그램(앱)이나 기기 안에 심는 경우(임베디드)는 좀 복잡합니다. 글꼴 파일 자체를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애초 글꼴 제작자가 의도한 바와 화면에 나타나는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정글이 배포하는 ‘수화 글꼴’과 한컴 ‘함초롬체’, 윤디자인이 배포한 무료 글꼴 ‘대한체’를 앱에 심고 싶다면 따로 허가를 구해야 합니다.
쇼핑몰 호스팅 회사인 고도몰이 배포한 고도체는 앱에 심어서 활용해는 것도 허용하지만 원본 글꼴을 변형해 새로 조형하는 것은 금지했습니다.
4. 상업적으로 쓰면 안 돼~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무료 글꼴도 있습니다. 오로지 비영리 목적으로만 쓰라고 하는 글꼴이지요. 기업이 내부 사용과 사회환원을 목적으로 만든 글꼴이 그렇습니다. SKT ‘뫼비우스’, 옥션 ‘옥션 고딕’, 인터파크 ‘인터파크고딕’ 등은 상업적으로 쓰지 말라고 못박았습니다.
무료 글꼴이라고 해도 글꼴 파일 자체를 자기 것처럼 포장해 다시 파는 행위는 모든 무료 글꼴 저작권자가 금지합니다. 무료 글꼴 수십개를 모아 ‘유용한 글꼴 모음’으로 묶어 돈 받고 팔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자세한 글꼴별 사용 조건은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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